[포토 에세이] 양평 세미원 단상, 진흙 속에서 향기를 길어 올리는 법을 읽기 위한 시간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진흙탕을 건너며 살아간다.
혼탁하고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득한 일인가.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지고, 흙탕물이 튈까 전전긍긍하다 정작 소중한 내면의 빛을 잃어버리곤 한다.
얼마 전 다녀온 양평 세미원의 연못가에서, 나는 그 해답을 묵묵히 보여주는 존재들과 마주했다.
주변에 물들지 않고
나를 지키는 삶
연꽃은 진흙이라는 가장 어둡고 무거운 곳에 뿌리를 내린다.
하지만 그 더러움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둠을 자양분 삼아 세상에서 가장 맑고 청초한 꽃잎을 밀어 올린다.
진흙 속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그 거친 흙탕물을 제 몸에 조금도 묻히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맑은 빛깔을 지켜내는 연꽃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돌아보면 내 삶을 흔드는 어지러운 환경 역시 나를 무너뜨리려는 장애물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맑은 마음과 향기를 길어 올릴 수 있는 힘은, 결국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 안의 중심’을 단단히 쥐고 나아가는 데서 나온다.
요즘의 마음챙김을 위한 노력이 있어서였을까.
연꽃을 바라보는 내 심미안에서는 그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긴 시간이 허락되었다.
생의 모든 순간을
껴안는 태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가만히 들여다본 연꽃의 일생은 한 구절의 수려한 시(詩)와 같았다.
이제 막 단단하게 영근 꽃봉오리는 다가올 피어남을 위해 온 힘을 모으고 있었고,
활짝 피어난 꽃잎은 초록 연잎의 품 안에서 가장 우아한 순간을 누리고 있었다.
바람에 쓸려 넓은 연잎 위로 툭 떨어져 누운 시든 꽃잎마저도 쓸쓸하기보다는 경건하게 다가왔다.
꽃이 진 자리에 맺히는 단단한 씨앗처럼, 비워내고 떨어지는 순간조차도 다음 생명을 품어내는 숭고한 과정이기 때문이리라.
화려하게 피어난 순간만이 꽃의 전부가 아니듯, 우리 삶 역시 흔들리고 꺾이는 모든 순간이 저마다의 의미를 품고 흘러간다.
맑고 향기롭게,
나만의 호흡으로
세상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지고 혼탁함이 깊어질지라도, 연꽃처럼 살고 싶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지럽다고 해서 내 안의 향기마저 잃어버리지 않기를……
진흙탕 같은 세상에 기꺼이 발을 딛고 서서, 내 손으로 가꾸는 소박한 일상과 다정한 인연들을 향해 맑고 고운 향기를 건넬 수 있는 삶이기를……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연못을 바라보던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오늘을 살아갈 단단한 힘을 가만히 길어 올렸다.
양평 세미원 단상, 진흙 속에서 향기를 길어 올리는 법을 읽기 위한 시간에 대한 기록을 연꽃과 함께하는 인사로 마친다.